게임 이용률은 떨어지는데 왜 게임과 e스포츠는 여가의 중심이 될까?
핵심은 "게임을 하는 사람"과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데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서 국내 게임 이용률은 59.9%로 2019년 이후 가장 낮게 나왔습니다. 2022년의 74.4%와 비교하면 2년 새 큰 폭으로 내려앉았는데요. 그런데 같은 시기 국내 e스포츠 시장 규모는 약 3,900억 원대로 집계됐고, 국민의 96%가 e스포츠를 인지하고 있다는 조사도 나왔습니다. 게임을 직접 켜는 시간은 줄었지만, 경기를 보고 응원하고 이야기하는 여가는 오히려 넓어진 겁니다. 이 글은 그 역설의 배경과, 게임·e스포츠를 낭비 없이 여가로 즐기는 4단계를 정리했습니다.
목차
- 주말 오후, 게임이 여가가 되던 순간
- 게임 이용률은 왜 59.9%까지 내려갔을까
- e스포츠란 무엇이고 왜 여가로 자리 잡았나
-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 직관과 상설경기장
- 게임·e스포츠 여가를 시작하는 4단계
- 자주 묻는 질문
- 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주말 오후, 게임이 여가가 되던 순간
몇 해 전만 해도 집에서 게임을 오래 붙잡고 있으면 "시간 낭비"라는 말이 먼저 따라붙었습니다. 그런데 지난겨울, 저는 친구 넷과 부산의 한 e스포츠 경기장 근처 카페에 모여 리그 오브 레전드(LoL) 결승을 함께 봤습니다. 누구도 그날 게임을 직접 하지는 않았는데요. 대신 큰 화면 앞에서 밴픽을 두고 훈수를 두고, 한 팀이 바론을 스틸하는 장면에서 다 같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경기가 끝나고는 근처 식당에서 그날의 명장면을 두 시간 넘게 복기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게임을 "한" 게 아니라 게임을 "즐긴" 것이고, 그 방식은 예전에 야구장에 가거나 콘서트를 보러 가던 여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그날 카페에는 우리 말고도 화면을 보러 온 무리가 몇 팀 더 있었습니다. 게임이 혼자 방에서 하는 것에서, 함께 보고 나누는 여가로 옮겨오고 있다는 걸 몸으로 느낀 순간이었는데요. 이 글을 쓰게 된 출발점도 그 하루였습니다.
게임 이용률은 왜 59.9%까지 내려갔을까
먼저 숫자부터 짚겠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의 2024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게임을 이용했다고 답한 비율은 59.9%였습니다. 조사는 전국 만 10~69세 1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요. 2022년 74.4%에서 2023년 62.9%로, 다시 2024년 59.9%로 2년 연속 내려간 흐름입니다.
이용률이 떨어진 배경은 하나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시기에 실내 여가로 크게 몰렸던 게임 수요가 엔데믹 이후 야외 활동으로 빠져나간 영향이 큽니다. 캠핑, 러닝, 여행처럼 밖에서 즐기는 여가가 다시 살아나면서 화면 앞에 앉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겁니다. 여기에 신작 대형 게임의 공백,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피로, 숏폼 영상과 OTT처럼 게임과 시간을 다투는 콘텐츠의 확산도 겹쳤습니다.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이용률이 줄었다고 해서 게임을 즐기는 밀도까지 옅어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게임을 계속하는 이용자들은 오히려 특정 플랫폼과 장르에 더 깊게 머무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플랫폼별로 갈리는 게임 여가
같은 조사에서 게임 이용자의 플랫폼별 이용률은 아래와 같이 나타났습니다.
| 플랫폼 | 이용률 | 특징 |
|---|---|---|
| 모바일게임 | 91.7% | 접근성 최상, 짧게 자주 즐기는 여가 |
| PC게임 | 53.8% | 몰입형·경쟁형, e스포츠 종목의 중심 |
| 콘솔게임 | 26.7% | 거실 여가, 가족·친구 동반 플레이 |
| 아케이드게임 | 15.1% | 오프라인 공간 체험, 복고 정서 |
모바일게임이 90%를 넘기며 압도적입니다. 출퇴근길이나 잠들기 전 짧은 시간에 즐기는 여가로 게임이 완전히 자리 잡았다는 뜻인데요. 반대로 PC게임은 이용률 자체는 절반 수준이지만, 뒤에서 다룰 e스포츠 관람 문화와 가장 밀접하게 맞물려 있습니다. 하는 사람은 줄어도 보는 사람은 늘어나는 구조가 여기서 시작됩니다.
e스포츠란 무엇이고 왜 여가로 자리 잡았나
e스포츠(e-sports)는 전자기기를 이용한 게임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기량을 겨루는 경기, 그리고 그 경기를 둘러싼 관람·응원 문화 전체를 가리킵니다. 축구나 야구 같은 전통 스포츠가 선수와 리그, 팬덤과 중계로 이뤄지듯이, e스포츠도 프로팀과 리그, 팬과 방송이라는 뼈대를 그대로 갖추고 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경기장이 물리적 필드가 아니라 게임 안이라는 것뿐인데요.
한국은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이른 시기에 판을 깐 나라입니다. 1990년대 후반 PC방 문화와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시작으로 관전이라는 여가 양식이 대중화됐고, 지금은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를 중심으로 두꺼운 팬층이 형성돼 있습니다.
하는 게임보다 커진 보는 게임
산업 규모를 보면 이 흐름이 더 분명해집니다. 2024 이스포츠 실태조사 기준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약 3,900억 원 수준으로 집계됐는데요. 구성을 보면 게임단 예산이 43.4%로 가장 크고, 방송·미디어 매출이 37.3%로 뒤를 이었습니다. 상금이 7.4%, 게임사 투자와 데이터 플랫폼이 나머지를 채웠습니다. 방송과 미디어가 전체의 3분의 1을 넘긴다는 건, e스포츠가 "직접 하는 산업"이 아니라 "함께 보는 산업"으로 성숙했다는 신호입니다.
인지도도 눈에 띕니다. 한 컨설팅 조사에서는 국민의 96%가 e스포츠를 안다고 답했고, 70.7%는 e스포츠가 무엇인지 남에게 설명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정도면 특정 세대의 하위문화가 아니라, 야구나 축구처럼 온 세대가 공유하는 관람 여가의 한 갈래로 봐도 무리가 아닌데요. 실제로 결승전 시즌이 되면 포털 실시간 화제와 커뮤니티가 경기 이야기로 채워지고, 이 대화 자체가 또 하나의 여가가 됩니다.
그런대 흥미로운 점은 이 관람 여가가 세대를 가로질러 번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10~20대는 어릴 때부터 스트리밍과 함께 자란 세대라 경기 관람이 몸에 배어 있고, 30~40대는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보던 기억을 e스포츠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부모와 자녀가 같은 팀을 응원하며 결승전을 함께 보는 풍경도 낯설지 않은데요. 게임을 직접 오래 하지 않는 사람도 관람과 대화로 얼마든지 즐길수 있는 여가라는 점이, 이 문화가 빠르게 대중화된 이유입니다.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 직관과 상설경기장
관람 e스포츠의 매력은 결국 "함께"라는 데 있습니다. 집에서 스트리밍으로 혼자 보는 것과, 경기장에서 같은 팀을 응원하는 수백 명 사이에 앉아 보는 것은 온도가 다릅니다. 이 경험을 받쳐 주는 것이 전국에 늘어난 e스포츠 상설경기장인데요.
서울의 LoL파크를 비롯해 부산, 광주, 대전 등에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한 상설경기장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부산 이스포츠경기장은 2020년 문을 열어 300석대 관람석을 갖췄고, 조선대 해오름관을 리모델링한 광주 이스포츠경기장은 1,000석 규모로 국내 최다 관객석을 자랑합니다. 대전 이스포츠경기장은 옛 첨단과학관을 고쳐 500석 규모로 꾸몄습니다. 대전과 광주는 각각 누적 1만 명 이상의 오프라인 관람객을 모았고, 부산은 철권 대회 T.E.N처럼 종목 특화 대회로 색깔을 냈습니다.
경기장이 지역에 흩어져 있다는 건 여가 관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서울까지 올라오지 않아도 사는 곳 근처에서 직관을 경험할 수 있게 됐고, 지역 축제나 관광과 연결되기도 하는데요. e스포츠 지역 연고제 논의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게임 여가의 세 갈래
게임·e스포츠 여가는 크게 세 방식으로 나눠 볼수 있습니다.
- 플레이형: 직접 게임을 하며 즐기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 모바일 캐주얼부터 경쟁 랭크 게임까지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 관람형: 리그와 대회를 보고 응원하는 방식. 스트리밍 시청, 경기장 직관, 결승전 원정 응원까지 포함됩니다.
- 참여·소통형: 커뮤니티에서 경기를 분석하고, 굿즈를 모으고, 팬 이벤트에 나가는 방식. 관람을 일상적 대화와 취향 공유로 확장합니다.
예전에는 플레이형이 게임 여가의 거의 전부였습니다. 지금은 관람형과 참여형이 함께 커지면서, 게임을 잘 못해도 얼마든지 게임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됐는데요. 콘서트를 직접 노래하지 않아도 즐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게임·e스포츠 여가를 시작하는 4단계
관심은 있는데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한 분들을 위해, 부담을 줄이며 시작하는 순서를 정리했습니다.
1단계: 종목 하나를 정한다
모든 게임을 다 알 필요는 없습니다. 우선 관심 가는 종목 한 개만 고르세요. 팀 단위 전략이 궁금하면 리그 오브 레전드, 빠른 총격전이 취향이면 발로란트, 1대1 대결의 긴장을 좋아하면 철권이 입문에 좋습니다. 종목을 좁히면 규칙을 익히기 쉽고, 응원할 팀도 자연스럽게 정해집니다.
2단계: 규칙과 팀을 최소한만 익힌다
경기를 즐기는 데 프로 수준의 이해가 필요하진 않습니다. 승리 조건 한 줄, 주요 팀 두세 곳, 스타 선수 몇 명만 알아도 관람의 재미가 확 붙는데요. 중계진의 해설이 나머지를 채워 줍니다. 처음에는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흐름을 익히고, 익숙해지면 풀 경기로 넘어가는 순서를 권합니다.
3단계: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넓힌다
첫 관람은 집에서 스트리밍으로 편하게 시작하세요. 재미가 붙으면 가까운 e스포츠 경기장의 정규 리그 일정을 확인해 직관을 시도해 봅니다. 상당수 정규 시즌 경기는 무료 또는 낮은 가격으로 열려서 부담이 적은데요. 큰 결승전은 예매 경쟁이 치열하니 일정을 미리 챙기는게 좋습니다.
4단계: 예산과 시간의 선을 정한다
게임·e스포츠 여가도 지출과 시간 관리가 필요합니다. 굿즈, 유료 관람, 인게임 결제가 겹치면 생각보다 지출이 커질수 있는데요. 월 한도를 미리 정하고, 플레이형에 쓰는 시간과 관람형에 쓰는 시간의 균형을 잡아 두면 여가가 스트레스로 바뀌지 않습니다. 특히 청소년이라면 수면과 학습 시간을 침범하지 않는 선을 가족과 함께 정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FAQ
게임을 잘 못해도 e스포츠 관람을 즐길 수 있나요?
네, 충분히 가능합니다. e스포츠 관람은 직접 플레이 실력과 별개의 여가입니다. 승리 조건과 주요 팀만 알아도 중계 해설을 따라가며 즐길 수 있고, 오히려 플레이 부담 없이 경기의 전략과 응원 분위기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야구 규칙을 다 몰라도 야구장이 즐거운 것과 비슷합니다.게임 이용률이 줄었다는데 게임 여가는 사양길인가요?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2024년 게임 이용률이 59.9%로 낮아진 것은 맞지만, 이는 코로나 시기 급증분이 조정된 성격이 큽니다. 대신 관람·소통형 게임 여가와 e스포츠 산업(약 3,900억 원)은 커지고 있어, 게임 여가의 형태가 플레이 중심에서 관람과 커뮤니티로 넓어지는 재편으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e스포츠 경기를 직접 보러 가려면 비용이 많이 드나요?
정규 시즌 경기는 무료이거나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열리는 경우가 많아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다만 국제 대회나 결승전은 예매 경쟁이 치열하고 가격대도 올라갑니다. 처음이라면 집 근처 상설경기장의 정규 리그부터 경험해 보고, 큰 대회는 일정을 미리 확인해 예매를 준비하는 방식을 권합니다.아이가 게임에 빠져 있는데 여가로 건강하게 즐기게 하려면요?
게임을 무조건 막기보다 시간과 지출의 선을 함께 정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하루·주간 플레이 시간, 인게임 결제 한도, 수면과 학습을 침범하지 않는 규칙을 가족이 함께 합의해 두면 좋습니다. 관람형 e스포츠나 함께 즐기는 콘솔 게임처럼 소통이 있는 방식으로 유도하면 고립보다 관계의 여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혼자서도 게임·e스포츠 여가를 즐길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스트리밍 관람과 모바일 캐주얼 게임은 혼자서도 부담 없이 즐기기 좋습니다. 다만 이 여가의 큰 재미는 함께 보고 이야기하는 데서 나오는 만큼, 온라인 커뮤니티나 관심사 모임을 통해 느슨하게 연결되면 만족도가 한층 올라갑니다.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출처
- 2024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 (한국콘텐츠진흥원)(Report)
- 콘진원 '2024 게임이용자 실태 보고서'…게임 이용률 2019년 이후 최저 (ZDNet Korea)(NewsArticle)
- 2024 이스포츠 실태조사 (한국콘텐츠진흥원 welcon)(Report)
- '부산 T1, 광주 젠지, 판교 DRX'…e스포츠도 지역 연고제 생길까 (서울신문)(NewsArticle)
- 또 생긴 e스포츠 경기장, 기존 시설 활용도는? (게임메카)(News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