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독서율은 왜 38.5%까지 떨어졌을까?
다시 책과 가까워지는 출발점은 '완독'이 아니라 '접점'을 늘리는 데 있습니다. 2025년 국민 독서실태조사에서 성인 연간 종합독서율은 38.5%로, 1994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는데요. 성인 열 명 중 여섯 명 이상이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 전국 공공도서관은 1,296개관으로 늘었고 한 곳당 방문자 수는 오히려 8.7% 증가했습니다. 책은 덜 읽지만 도서관이라는 여가공간은 더 찾는, 이 어긋난 흐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독서문화를 다시 붙잡는 열쇠입니다.
목차
- 도서관에서 다시 책을 편 어느 저녁의 기록
- 독서율은 왜 계속 떨어지는가
- 공공도서관이라는 여가 인프라의 실제 규모
- 전자책·오디오북, 독서의 형태가 바뀌고 있다
- 도서관 문화프로그램을 여가로 쓰는 법
- 다시 책과 가까워지는 독서 습관 4단계
- FAQ
- 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도서관에서 다시 책을 편 어느 저녁의 기록
퇴근길에 동네 구립도서관에 처음 들른 건 순전히 비를 피하려는 이유였습니다. 저녁 일곱 시, 열람실은 생각보다 붐볐는데요. 시험공부를 하는 사람만 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한쪽 소파존에는 그림책을 무릎에 올린 부모와 아이가 있었고, 신간 코너 앞에는 퇴근복 차림으로 책등을 훑는 직장인들이 서 있었습니다. 저도 별생각 없이 에세이 한 권을 집어 소파에 앉았습니다.
그날 제가 읽은 건 스무 페이지 남짓이었습니다. 완독은 아니었죠. 그런데 다음 주에 또 갔습니다. 반납일이 있으니까요. 도서관 대출은 2주라는 기한이 생기고, 그 기한이 일종의 가벼운 약속처럼 작동했습니다. 혼자서는 좀처럼 열지 않던 책을, 반납이라는 리듬이 다시 열게 만들더라고요. 여가로서의 독서는 의지력의 문제라기보다 환경과 리듬의 문제에 가깝다는 걸 그때 체감햇습니다.
흥미로운 건, 제가 그 도서관에서 빌린 책의 절반이 종이책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앱으로 전자책을 대출하고, 설거지를 하면서 오디오북을 들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의 형태가 제 안에서 이미 바뀌어 있었던 셈인데요. 이 개인적인 변화가 실제 통계와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독서율은 왜 계속 떨어지는가
먼저 시장 상황을 숫자로 짚어보겠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연간 종합독서율은 38.5%입니다. 2023년 조사보다 4.5%포인트 낮아진 값이고, 조사가 시작된 1994년 이래 가장 낮습니다. 연간 종합독서량도 2.4권으로, 직전 조사보다 1.5권이 줄었는데요. 종이책만 놓고 보면 독서율은 28.8%까지 내려갑니다.
독서율 하락은 단순히 '요즘 사람들이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여가 시간을 두고 경쟁하는 콘텐츠가 급격히 늘어난 구조적 변화가 배경에 있습니다. 짧은 영상, 스트리밍, 게임처럼 즉각적인 보상을 주는 콘텐츠가 저녁 시간을 채우면서, 몰입에 시간이 드는 독서는 상대적으로 뒤로 밀립니다. 조사에서도 성인이 책을 읽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와 '스마트폰·인터넷·게임 등 다른 매체 이용'이 나란히 꼽혔습니다.
그런데 흐름이 한쪽으로만 흐르는 건 아닙니다. 눈에 띄는 반등도 있는데요.
| 구분 | 2025년 수치 | 특징 |
|---|---|---|
| 성인 종합독서율 | 38.5% | 역대 최저, 2023년 대비 -4.5%p |
| 연간 종합독서량 | 2.4권 | 직전 조사 대비 -1.5권 |
| 19~29세 종합독서율 | 75.3% | 전년 대비 +0.8%p, 청년층은 반등 |
| 성인 전자책 독서율 | 17.8% | 디지털 매체 비중 확대 |
전체 성인 독서율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19세에서 29세 청년층의 독서율은 75.3%로 오히려 소폭 올랐습니다. 최근 젊은 세대에서 종이책을 사서 SNS에 인증하는 이른바 '텍스트힙' 흐름이 관찰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이는데요. 독서가 낡은 취미가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취향 소비의 하나로 재배치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문제는 이 관심을 실제 읽기로 이어줄 접점인데, 그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공공도서관입니다.
공공도서관이라는 여가 인프라의 실제 규모
공공도서관을 '조용히 공부하는 곳'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다면, 지금의 규모는 그 인상보다 훨씬 큽니다. 2024년 전국 공공도서관 통계조사를 보면 도서관은 전국 1,296개관으로 한 해 25개관이 새로 문을 열었고, 전년보다 2.0% 늘었습니다. 한 해 방문자는 총 2억 2,000만 명에 이르는데요. 한 도서관이 책임지는 봉사대상 인구는 3만 9,519명으로 줄어, 국민이 도서관에 물리적으로 더 가까워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용 지표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한 곳당 방문자 수는 17만 3,000명으로 전년보다 8.7% 늘었고, 한 곳당 대출 도서 수는 11만 3,227권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앞서 독서율은 떨어졌다고 했는데, 도서관 방문과 대출은 오히려 늘어난 이 대비가 핵심입니다. 개인이 책을 '사서 소유'하는 방식은 줄었지만, 도서관에서 '빌려 경험'하는 방식은 살아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여가 인프라로서 도서관을 다시 보게 만드는 지표는 따로 있습니다. 한 곳당 독서·문화프로그램 참여자가 2만 2,366명으로 5.1% 늘었다는 점입니다. 전자자료는 6억 3,000만 종으로 확대됐고, 정규직 사서도 6,072명으로 늘었습니다. 도서관이 책을 빌려주는 창구를 넘어, 강연·전시·체험이 열리는 동네 문화공간으로 기능이 넓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변화를 알고 가느냐 모르고 가느냐에 따라, 같은 도서관도 전혀 다른 여가 공간이 됩니다.
전자책·오디오북, 독서의 형태가 바뀌고 있다
과거의 독서는 종이책을 펼치는 한 가지 형태였습니다. 이제는 갈래가 여러 개인데요. 성인 전자책 독서율은 17.8%, 오디오북은 4.5%로 집계됐고, 특히 10대에서 30대 사이 젊은 층에서 전자책과 오디오북 이용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읽는 책'만이 아니라 '듣는 책'이 여가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 겁니다.
기술 변화도 이 흐름을 밀어올리고 있습니다. 한 구독형 독서 플랫폼 집계에 따르면 2025년 신규 오디오북 출간은 8월 기준 1,683권이었는데, 이 가운데 AI 음성으로 만든 오디오북이 947권으로 전년보다 43% 늘었습니다. 사람이 낭독하던 오디오북을 AI가 빠르게 확장하면서, 들을 수 있는 책의 목록 자체가 두꺼워지고 있는데요. 챗북이나 도슨트북처럼 대화형·해설형으로 읽는 새로운 포맷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도서관의 쓸모가 한 번 더 커집니다. 전자책과 오디오북은 개별 구매하면 부담이 되지만, 대부분의 공공도서관은 전자도서관 앱을 통해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무료로 대출해 줍니다. 회원증만 있으면 앱에서 바로 빌려 스마트폰으로 듣고 읽을 수 있는데요. 구독형 문화 서비스에 매달 돈을 내기 전에, 내가 사는 지역 도서관의 전자자료부터 확인해보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실제로 저는 출퇴근 지하철에서 오디오북을, 잠들기 전에는 전자책을 나눠 쓰면서 종이책 한 권 값도 들이지 않고 한 달에 두세 권씩 '읽는' 습관을 되찾았습니다.
도서관 문화프로그램을 여가로 쓰는 법
도서관을 여가로 쓴다는 말이 아직 낯설다면, 프로그램 쪽을 보시면 이해가 빠릅니다. 한 곳당 문화프로그램 참여자가 2만 명을 넘었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활동이 도서관 안에서 상시로 열린다는 뜻인데요. 저자 강연, 북토크, 독서 동아리, 어린이 그림책 놀이, 글쓰기 강좌, 심지어 영화 상영이나 지역 작가 전시까지 프로그램의 폭이 넓습니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강연 한 번 들으려 해도 유료 강좌를 찾아 등록해야 했습니다. 새 방식은 다릅니다. 도서관 홈페이지나 지역 문화포털에 올라오는 프로그램 일정을 확인하고, 대부분 무료이거나 소액인 활동에 신청만 하면 되는데요. 혼자 책을 읽다 지친 사람에게는 독서 동아리가 좋은 계기가 됩니다.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생기면, 완독하지 못하고 덮어두던 책도 끝까지 읽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가족 단위라면 활용법이 또 달라집니다. 주말 오전 그림책 프로그램에 아이를 데려가고, 부모는 그사이 옆 열람실에서 자기 책을 읽는 식으로 시간을 겹쳐 쓸 수 있는데요. 여가시간을 따로 쪼개지 않고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독서를 하는 이 구조는, 시간이 늘 부족한 맞벌이 가정에 특히 잘 맞습니다. 도서관은 이제 세대와 취향이 섞이는 동네 사랑방에 가깝습니다.
제가 참여해 본 한 구립도서관의 저자 강연은 정원 서른 명이 사흘 만에 마감됐습니다. 강연이 끝난 뒤 참가자 몇몇이 자연스럽게 독서 모임으로 이어졌는데요. 프로그램 하나가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관계와 취미 커뮤니티로 번지는 장면을 직접 봤습니다. 도서관 문화프로그램은 이렇게 '책을 읽는 계기'와 '사람을 만나는 계기'를 동시에 주는데, 이 점이 유료 문화강좌와 뚜렷이 구별되는 대목입니다. 지역 문화공간을 여가로 활용하려는 사람에게 가장 진입이 쉬운 통로가 바로 도서관인 셈입니다.
다시 책과 가까워지는 독서 습관 4단계
읽고는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분들을 위해, 부담을 줄이는 순서로 4단계를 정리했습니다. 완독을 목표로 두지 않는 것이 이 방법의 핵심입니다.
1단계 — 회원증부터 만들기. 거주지나 직장 근처 공공도서관 한 곳에 회원 가입을 합니다. 요즘은 모바일 회원증도 발급되니 지갑이 없어도 됩니다. 이 한 장으로 종이책 대출은 물론, 전자도서관 앱의 전자책·오디오북까지 열립니다.
2단계 — 얇은 책, 짧은 시간부터. 처음부터 벽돌책을 고르지 마세요. 200쪽 안팎의 에세이나 관심 분야 입문서를 고르고, 하루 15분이라는 최소 단위로 시작합니다. 대출 기한 2주가 자연스러운 마감처럼 작동해, 다시 책을 펴는 리듬을 만들어 줍니다.
3단계 — 형태를 섞기. 집중이 어려운 시간에는 오디오북으로 듣고, 눈이 편한 밤에는 전자책으로 읽습니다. 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을 상황에 맞춰 오가면 '못 읽는 날'이 크게 줄어드는데요. 형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독서량은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4단계 — 사람과 프로그램에 연결하기. 마지막은 혼자 읽기를 함께 읽기로 넓히는 단계입니다. 도서관 독서 동아리나 북토크에 한 번 참여해보면, 독서가 고립된 활동이 아니라 취향을 나누는 여가라는 감각이 생깁니다. 이 감각이 붙으면 습관은 훨씬 오래갑니다.
FAQ
책을 거의 안 읽던 사람도 도서관 활용으로 습관을 바꿀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독서 습관은 의지력보다 환경과 리듬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대출 기한이라는 가벼운 마감, 얇은 책, 오디오북 같은 대체 형태를 함께 쓰면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집니다. 하루 15분처럼 작은 단위로 시작하는 것이 완독을 목표로 삼는 것보다 오래갑니다.전자책과 오디오북도 도서관에서 무료로 볼 수 있나요?
대부분의 공공도서관이 전자도서관 앱을 통해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무료 대출로 제공합니다. 회원증만 있으면 스마트폰 앱에서 바로 빌려 읽거나 들을 수 있습니다. 유료 구독 서비스에 가입하기 전에, 거주 지역 도서관의 전자자료 목록을 먼저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도서관 문화프로그램은 신청이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드나요?
상당수 프로그램이 무료이거나 소액입니다. 도서관 홈페이지나 지역 문화포털에 일정과 신청 방법이 안내되니, 관심 있는 강연·동아리·체험 활동을 골라신청하면 됩니다. 인기 프로그램은 조기 마감되기도 하므로 일정 공지를 미리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완독을 못 해도 독서라고 할 수 있을까요?
네. 이 글에서 제안하는 방식은 완독보다 접점을 늘리는 데 초점을 둡니다. 스무 페이지를 읽든, 오디오북으로 한 챕터를 듣든 책과 접촉하는 빈도를 높이면 자연스럽게 읽는 양이 따라옵니다. 완독 부담이 오히려 독서를 멀어지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도서관이 멀거나 시간이 없어도 방법이 있나요?
전자도서관 앱을 쓰면 물리적 거리는 큰 장벽이 아닙니다. 출퇴근 시간에 오디오북을 듣거나, 자기 전 전자책을 몇 쪽 읽는 식으로 짧은 시간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방문이 필요한 프로그램은 주말 가족 활동과 겹쳐 쓰면 별도 시간을 내지 않고도 참여가 가능합니다.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2025년 국민 독서실태조사 결과(GovernmentService)
- 문체부, 202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 발표…성인 독서율 38.5% (ZDNet Korea)(NewsArticle)
- 지난해 전국 1296개 공공도서관에 2억 2000만 명 방문…접근성 향상 (대한민국 정책브리핑)(GovernmentService)
- kt 밀리의서재, 2025 독서 콘텐츠 연말결산…오디오북·챗북·도슨트북 트렌드 (전자신문)(NewsArticle)
-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 (문화체육관광부)(Dataset)